지난해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의 색다른 대결이 펼쳐졌다. 기존 광고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시나리오의 광고를 만드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 대표의 광고 연출 전문가가 하나의 제품과 동일한 메시지로 누가 영상 광고를 더 잘 만드는가 하는 대결이었다. 결과는 54 : 46.

근소한 차이로 인간이 승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모 방송사에서 방청객들을 대상으로 이들 두 영상에 대해 투표한 결과,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손을 들어줬다. 이 이벤트는 지금까지 기계가 할 수 없다고 믿어지던 창의적인(creative)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 올라섰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이제 몇 년만 지나면 가장 창의적인 직업 중 하나로 여겨졌던 ‘광고 연출 전문가’라는 직업도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 또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쟁했다면 최근에는 어디까지, 어떤 영역의 직업까지 대체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것은 또 인생 이모작이 걱정인 현대인들의 불안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인간 vs 기계’의 저자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을 세 가지 직업군을 꼽는다. ▲첫째, 판사나 국회의원같이 사회의 중요한 판단을 하는 직업 ▲둘째, 인간의 심리나 감정과 연결되는 직업(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 등), 그리고 셋째는 ▲새로운 데이터를 창조하는 직업(작가, 소설가 등)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과연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는 새로운 희망이 움 트는 유토피아일까, 암울한 디스토피아일까?


내 직업, 로봇이 대체할 확률은?

몇년 전 영국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휴먼즈(Humans)’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는 사람이 귀찮아하는 모든 일을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해주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엄마와 아빠가 직장에 다니느라 엉망인 집안에 아름다운 인공지능 로봇 ‘아니타’를 들여오면서 가정에 평화가 찾아온다. 인공지능 로봇이 어린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아침마다 차려주는 근사한 아침식사에 가족들은 즐거워한다. 하지만 대학생 딸은 이런 세상에 불만이 많다. 공부에 염증을 느낀 딸은 “의사가 되는데 7년이 걸리는데 그때가 되면 인공 로봇에게 수술을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며 “무엇을 하든 인공지능이 더 뛰어나다면 공부를 할 필요도, 일을 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인공지능 로봇이 노동뿐만 아니라 더 좋은 엄마, 더 좋은 남자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이 드라마는 어쩌면 조만간 다가올지도 모를 우리의 미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0년 후면 단순한 업무는 인공지능이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도 인공지능은 바흐풍의 음악을 작곡하고, 고흐풍의 그림을 그리며, 숙련된 기자보다 빠르게 스트레이트 기사를 뚝딱 작성한다. 당연히(?) 웬만한 개발자보다 코딩을 잘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Oxford University)과 딜로이트(Deloitte)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현재 일자리의 약 35 %가 향후 20 년 내에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자동화 작업 수행에 필요한 9가지 핵심 기술을 분석해 확률을 계산해낸다. 사회적인 인식, 협상, 설득, 독창성, 예술성, 손재주 등의 기술이 자동화될 수 있는 확률을 가중 평균으로 계산하고 있다.

 

내 직업이 로봇으로 대체될 확률이 궁금하다면 재미 삼아 BBC의 사이트(http://www.bbc.com/news/technology-34066941)에 들어가서 테스트해볼 수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2015년부터 ‘로봇이 당신의 일자리를 차지할까? (Will a robot take your job?)’라는 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그림 1]). 이 사이트에서 366가지의 직업 가운데 비슷한 직업을 선택하면 앞으로 자동화될, 즉 로봇으로 대체될 확률을 알려준다. 

 

  

[그림 1]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 검색 페이지 (*출처: BBC)

 

이 사이트에서 PR 전문가를 선택했더니 [그림 2]와 같이 366개의 직업 중에서 254번째로 로봇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얘기다. 

 

  

[그림 2] ‘PR 전문가’라는 직업을 로봇이 대체할 확률 (*출처: BBC) 

 

 

만약 로봇이 현재의 직업을 대체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신의 직업이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한편, 로봇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생체학적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는 감정, 직관, 생각 또한 알고리즘이기에 충분히 코딩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마크 주커버그 vs 엘론 머스크?

내 직업이 로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 세계 언론과 대중의 이목을 끈 IT 업계의 두 거물들의 온라인 설전이 있었다. 바로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와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의 격론이다.

 

엘론 머스크는 “알파고가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인간을 이긴 걸 보고 나서 인공지능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을 느꼈다”면서 “정부가 인공지능의 개발을 규제하지 않으면 인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F 영화 주인공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혁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엘론 머스크가, 그것도 자신의 회사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음에도 인공지능에 부정적이라는 것은 뜻밖의 소식이었다. 

 

이에 반해 주커버그는 “인공지능이 세상의 종말을 초래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한 자동차가 나오고, 아플 때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계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주행 자동차를 연구하는 엘론 머스크가 인공지능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이 구글 중심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머스크가 “특정 회사가 인공지능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 게 그 이유다. 머스크가 위협을 느끼는 건 인공지능이 아니라 구글이라는 얘기다.

 

또다시 요구되는 진화, 혹은 적응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동 발표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최소 510만 개 이상, 최대 710만 개 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 서비스 분야, 에너지 및 금융 분야는 로봇이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보고서는 한쪽에서는 일자리의 감소가 나타나는 반면 향후 5년간 200만 개의 분야에서 새롭게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순노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없어지는 반면, 경영•재무, 관리 감독, 컴퓨터•수학 관련 분야 등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 특히, 컴퓨터, 건축, 공학, 전략 등 전문직 군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업의 경쟁과 노력이 치열해질 것이란다. 

 

또, 현재 직업에서 필요한 기술 또한 변화하게 되므로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심지어 직업이 감소할 분야에서조차도 기술 및 기타 변화의 영향으로 근로자들이 가진 기존 기술의 수명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직업이나 산업 군에 상관없이 프로그래밍이나 장비 운용 등 기술적 능력보다는 소통 및 설득 능력, 감성 능력, 학습 능력 등 사회적 기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래에는 넘치는 빅데이터로부터 유의미한 통찰을 도출해내는 데이터 분석가로서의 능력과 기술 혁신의 시대를 맞아 하이테크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이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과 기술, 직업이 세분화되는 변화 속에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리드해갈 새로운 유형의 고위 관리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우리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진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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